안녕하세요, 책 읽는 제제입니다. 😊
오늘 리뷰할 책은 죽음을 곁에 둔 스승 이어령 교수님과 기자 김지수의 열여섯 번에 걸친 마지막 인터뷰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2019년부터 1년 동안 이어진 이 대화는 삶과 죽음, 사랑,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스승의 깊은 통찰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이어령 교수님은 제자들과 독자들에게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진리를 가르치며, 자신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의 인생 책이기도 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리뷰 시작할게요.
항목 | 내용 |
---|---|
제목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작가 | 김지수, 이어령 |
장르 | 에세이, 인터뷰 |
출판사 | 열림원 |


모두가 같지 않아야 진정한 평등이다
민주주의의 평등은 생각하고 말하는 자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거라네. 그 사람만의 생각, 그 사람만의 말은 그 사람만의 얼굴이고 지문이야. 용기를 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하네. 간곡히 당부하네만, 그대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게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평등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평등이란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을 누리는 상태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착잡했었습니다.
그래서 평등이라는 단어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상적 개념에 그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비로소 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평등은 모두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각자가 가진 생각과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데 있다는 것을요.
나에게 들어오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나만의 관점과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평등이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남의 논리와 지식에만 기대는 것은 오웰이 그린 <동물농장> 속 동물들처럼,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타인의 결정을 따르기만 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평등한 사회란 모두가 제각기 다른 목소리와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는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만의 지문 같은 생각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덮어두지 말라, 그것이 진리의 시작이다
역사는 많이 알려진 것만 기억한다네. 진실보다 거짓이 생존할 때가 많아. 진실은 묻히고 덮이기 쉬워. 하이데거가 그랬지. 일상적 존재는 묻혀있는 존재라고. 내가 여러번 얘기하지 않았나. 덮어놓고 살지 말라고. 왜냐면 우리 모두 덮어놓고 살거든. 덮어놓은 것을 들추는게 철학이고 진리고 예술이야.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감쪽같이 덮어놓고 있는 게 무엇일 것 같나? 우리가 감쪽같이 덮어둔 것. 그건 죽음이라네. 모두가 죽네. 나도 자네도.
죽음은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운명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불편한 주제를 회피하며, 마치 죽음이 멀리 있는 일인 양 덮어두고 살죠.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죽음을 준비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맞이할 그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우리가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일지도 모릅니다.
이 문장은 철학자들이 왜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탐구하고 이야기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철학, 진리, 예술 모두 묻혀 있는 것을 들추어내는 행위입니다.
죽음이라는 주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감쪽같이 덮어두려는 죽음에 대해 마주하는 순간,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생각은 결국 저의 신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죽음 이후의 삶과 존재에 대해 말씀하시며, 우리의 영혼과 구원에 대해 끊임없이 일깨우시는 것도 이와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리는 언제나 우리를 향해 말을 걸지만, 우리가 그것을 덮어두지 않고 들춰낼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겠죠.
여러분은 죽음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삶과 죽음을 모두 들춰보고 고민하는 시간이 지금 필요하지 않을까요?

진정한 자유, 나만의 태양을 쫓아가는 용기
디오게네스는 알고 있었어. 알렉산더가 지배한 건 법계의 세계엿다네. ‘왕국은 네가 지배하지만 햇빛은 지배하지 못해. 왕국은 네것이라도 태양은 자연의 것이다. 그러니 비켜, 나 지금 햇빛 쬐고 있는거야. 네 권력 쬐고 있는거 아니야. 난 이 통 속에서 살아. 네 왕국이 아니라.’ 디오게네스에게 통은 생각의 세계야. 그래서 권력자 앞에서 단호할 수 있는 거지. 네가 지배하는 세계로 나를 지배할 수 없다고. 내 생각을, 태양빛을 너는 지배할 수 없다고. 너는 그저 말타고 땅 따먹는 권력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그런데 독재자들은 그걸 몰라. 자기가 하늘도 움직이고 바다도 때리고 햇빛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런 ‘비논리’에 저항할 수 있어야 ‘자유인’이야.
이 문장을 읽으며 진짜 자유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디오게네스처럼, 눈에 보이는 권력과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를 당당히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 아닐까요?
그는 알렉산더 대왕 앞에서도 태양을 가리지 말라며 당당히 요구합니다.
그 요구는 단순히 햇빛 한 줄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자유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상징합니다.
“너의 물질적인 왕국은 탐이 나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태양, 나만의 자유를 원한다.”
이 당당함이 얼마나 멋지고 강렬하게 다가왔는지, 저는 이 문장을 읽을때 소름이 끼쳤어요.
눈에 보이는 권력과 욕심에 매달리지 않는 삶, 그리고 내 생각의 세계를 지킬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자유의 모습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겠죠.

떠밀리지 말고, 나만의 물줄기를 찾아서
떠내려가면 사는 게 아니야. 우리가 이 문명사회에서 그냥 떠밀려 갈 것인지, 아니면 힘들어도 역류하면서 가고자 하는 물줄기를 찾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네. 다만, 잊지 말게나. 우리가 죽은 물고기가 아니란 걸 말야.
이 문장은 삶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사회의 흐름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정해진 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삶일 수 있을까요?
딱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인데, 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성취와 행복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죽은 물고기는 물살에 떠밀려 흐르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헤엄칩니다.
저 역시 팔딱팔딱 뛰는 물고기처럼, 나만의 물줄기를 찾고 그 안에서 나의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내 행복은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나 흐름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어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만 진정한 행복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혹시 이미 죽은 물고기처럼 흐름에 몸을 맡긴 건 아닌지, 나만의 물줄기를 찾아보기 위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갈증을 채우며 살아있는 삶을 향해
내겐 갈증이 필요하다네. 나는 그것을 두레박 같은 갈증이라고 불러. 두레박은 물을 푸면 비워야 해. 그래서 영원히 물을 풀 수 있어. 독은 차면 그만이잖나. 채우는 게 목적이니까. 반면 물독도 두레박도 아니고 돌멩이라네. 아름답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그 갈증을 자기 안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면 돌멩이처럼 되는 거야.
이어령 교수님은 삶을 갈증으로 설명하며, 스스로 계속 묻고 답하는 과정을 “살아있음”으로 비유하셨습니다.
두레박은 물을 퍼내고 비우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생명력입니다.
반면, 돌멩이는 정적이고 움직임이 없으며 그 안에 갈증이 없기에 “죽은 것”으로 표현됩니다.
결국 우리가 우리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세우고, 그에 따라 끊임없이 배우고 고민하며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삶이라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향을 찾아 세상을 거슬러 올라가야 비로소 살아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강렬하게 저를 사로 잡았습니다.
이 문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살아 있으려면, 갈증을 잊지 말라.”
삶의 갈증은 우리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배우고, 생각하고, 나만의 방향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삶만이 진정으로 살아있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문학, 인간을 중심으로 한 끝없는 탐구
과학은 인간이 살지 않는 달나라, 인간이 살지 않는 우주를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진 거야. 거기에는 인간이 없어. 문학예술은 그렇지 않아.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네. 동물을 이야기해도 인간이 돼. 『이솝우화』처럼. 과학과 예술이 대립하는 이유는 분명해. 과학은 모든 것을 ‘비인간’으로 가정하고, 예술은 모든 것을 ‘인간’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라네.
저는 과학도 좋아하지만, 그래서인지 문학이 주는 특별한 매력에 더욱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과학은 인간과 떨어져 객관적인 세계를 탐구하지만, 문학은 언제나 인간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답이란 것이 없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즐겁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인간들의 세상에서 사랑과 따뜻함을 찾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문학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 중에서 사람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 지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또 이미 떠난 사람들,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단 한 명도 똑같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고 신비롭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간을 중심에 둔 문학예술의 세계는 끝없이 확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며,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멍든 새끼발가락의 이야기
어느 날 엄지발톱 깎다 보니 새끼발톱이 보이더라고. 80년 가까이 존재감 없이 제일 고생을 많이 한 놈. 너 거기 있었구나. 이지러지고 피맺히고 애쓴 놈이 제일 작은 너로구나. 그때 딱 몇 줄만 쓰는 거야.
발톱 깎다가
눈물 한 방울
너 거기 있었구나, 멍든 새끼발가락.
이 시를 읽으며 얼마나 엉엉 울었는지 모릅니다.
정말, 매번 읽을 때마다 이유 모를 눈물이 흘러요.
이어령 교수님의 짧은 시는 단순한 일상 속 한 순간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제 마음속 어딘가에는 이지러지고 피맺힌 작은 새끼발가락 같은 부분이 있었던 건가, 싶습니다.
나도 모르게 지나쳐 온,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픔들이 새끼발가락처럼 존재감 없이 고생만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시에 대한 제 감정을 명확히 설명할 언어의 힘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 감동만큼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꼭 공유하고 싶었어요.
혹시 저처럼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분이 계신가요? 아니면 저마다의 다른 느낌을 받으셨을까요?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없는 분들에게도, 이 짧은 시만큼은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어령 교수님의 시 속에는 아마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무언가가 숨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나의 인생책
이 책을 두 번,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연이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비문학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기에, 처음에 이 책을 펼칠 때만 해도 큰 도전처럼 느껴졌어요.
이어령 교수님은 워낙 유명하시고,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분이시니,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조금은 교양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죠.
하지만 책의 몇 페이지를 읽는 순간, 처음의 가벼운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비문학을 이렇게 깊게 탐독하며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제 삶과 배움, 죽음, 그리고 저의 삶의 목적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에게 단순히 “좋아서” 인생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제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기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생책이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책에서 같은 감동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저처럼 삶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계신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본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천해봅니다.
삶의 갈림길에서, 이 책이 던져주는 질문과 통찰은 여러분에게도 중요한 깨달음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이 책은 저에게 진정으로 “생각하는 삶”과 “살아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가르쳐 준 소중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