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책 표지

[책리뷰] 바깥은 여름 – 김애란 | 소설가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

안녕하세요, 책 읽는 제제입니다.  

따뜻한 햇살과 쌀쌀한 바람이 공존하는 계절, 우리는 무언가 잃고 얻는 순간을 자주 떠올립니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은 그런 계절처럼, 삶의 상실과 희망을 섬세하게 담아낸 단편소설집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울린 두 편, <입동>과 <노찬성과 에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이 두 단편은 각각의 고유한 감정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매일 살아가며 겪는 복잡하고도 소중한 순간들을 조명합니다.

삶의 작은 틈새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는 이 여정을 함께해 주세요.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항목내용
제목바깥은 여름
작가김애란
장르한국 현대문학
출판사문학동네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요

  1. 상실과 치유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 이 책은 사랑하는 것을 잃은 이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2.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 <바깥은 여름>의 이야기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사건들을 다룹니다. 권선징악이나 화려한 결말보다는 삶의 복잡한 층위와 인간 내면의 고뇌를 느끼고 싶다면 꼭 읽어보세요.
  3.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소설을 찾는 분: 소설의 서사는 담담하지만, 읽고 나면 오랜 여운을 남깁니다. 한 줄기 희망과 깊은 성찰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잃어버린 것들의 계절, 그리고 우리의 자리: <입동>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처럼, 나는 벽지 아래에서 흐느꼈다. 미색 바탕에 이름도 알 수 없는 흰 꽃이 촘촘히 박힌 그 종이를 이고 서 있었다. 그런데 그 꽃들이 마치 아내 머리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조화처럼 보였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 악의로 던져 놓은 국화 같았다.

<입동>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부서진 일상을 따라가며 독자를 두 가지 자리로 이끕니다. 

하나는 아이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을 겪는 ‘부부의 자리’

다른 하나는 그들의 불행을 마주할 때 어딘가 불편해하며, 때로는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는 ‘이웃의 자리’입니다.

김애란 작가는 이 두 자리를 섬세하고도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부부는 삶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듯한 차가운 현실 속에서 아이의 흔적을 되짚으며 살아갑니다. 

반면, 이웃은 그들의 고통이 마치 자신에게 전염이라도 될까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냉정합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타인의 상처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부부의 비극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그 고통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우리는 고개를 돌려버리곤 하죠. 

현실에서도 종종 마주하는 ‘공감의 한계’가 이 소설의 중심에 자리합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무의식적 태도와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려는 노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움과 동시에 씁쓸한 공감을 자아냅니다.

‘입동’이라는 제목처럼, 이 이야기는 삶이 갑작스레 겨울로 접어들 때의 차가운 공기를 전합니다. 

그러나 그 차가움 속에서도 한 줄기 따뜻한 숨결을 찾고자 하는 부부의 모습은 묵직한 울림을 남기죠. 

이 소설은 단순히 고통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그 고통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소년과 강아지의 슬픈 연대기: <노찬성과 에반>

순간 찬성의 머릿속에 전에 없던 의심이 피어났다. 어쩌면 안락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처음부터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에반의 죽음을 돕는 것보다, 에반이 살아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우리 둘 모두에게’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노찬성과 에반>은 한 소년과 그의 강아지 에반을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상실과 자책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린 이야기입니다. 

병든 강아지를 치료하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년 찬성의 노력은 애처로울 정도로 진심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진심을 비웃듯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결국 강아지를 지키지 못한 찬성이 홀로 남게 됩니다.

이야기는 선명한 악인도, 누구를 비난할 명확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강아지의 죽음을 단순히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찬성이 안고 살아가야 할 슬픔과 외로움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특히 그가 느낄 자책의 무게는 마치 현실의 우리 삶에 겹쳐지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김애란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삶의 불공평함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찬성이 맞닥뜨린 현실은 잔혹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한 소년의 선의와 순수함이 여전히 빛납니다. 

독자로 하여금 찬성을 위로하고 싶게 만드는 이 소설은 우리가 한계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동시에 그런 순간에도 우리가 선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권선징악의 구조를 따르지 않는 이 소설은 읽고 난 뒤에도 뚜렷한 결말을 주지 않아 여운을 남깁니다. 

찬성과 에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잘못한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도 상처는 남는다’는 현실의 복잡함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 착잡함은 우리가 이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사건의 지평선에 서 있는 사람들

김애란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전통적인 표제작 선정 방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붙이며, 독자들이 그 제목에 담긴 깊은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제목은 작가가 언급한 “안에서는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는 문장에서 비롯되었어요.

바깥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제자리를 지키며 돌아갑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얼어붙은 채 멈춰버린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이 모습은 <입동>의 부부나 <노찬성과 에반>의 소년처럼 시련 앞에 멈춰 선 사람들의 내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문득 가수 윤하의 노래 “사건의 지평선”이 생각났어요.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 주위의 가상 경계면으로,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로는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는 공간을 뜻한다고 합니다.

김애란의 소설은 마치 그 사건의 지평선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해요. 

우리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상실과 고통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이지만, 세상은 그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흘러갑니다. 

그 차이에서 오는 소외감과 이질감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깊고 묵직한 감정을 남기죠.

김애란 작가는 이러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우리를 고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안내합니다.

잊을 수 없는 울림, 바깥과 안의 경계

이 책을 읽는 동안,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약 180명이 세상을 떠난 이 비극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아픔을 안겨줍니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족들, 그 현장을 목격하고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애도하며 지켜보는 우리 모두가 마치 사건의 지평선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 사건과 직접 관련된 입장이라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 걸까?” 하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올랐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고통에는 명확한 이유도 설명도 없다는 사실이 더 큰 답답함과 슬픔을 남깁니다. 

살아남은 이들이 그 아픔을 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현실은 참으로 잔인할 정도로 냉혹합니다.

김애란 작가는 이러한 비극적 현실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바깥은 여름> 속 인물들처럼, 우리도 인생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멈춰 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멈춤을 딛고 다시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 작가는 그 과정을 섬세하게 상기시켜 줍니다.

무안공항 참사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이 사건에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이 고통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은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삶을 이어갈 힘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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