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제제입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달의 아이>는 갑작스러운 재난 속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드라마 PD 출신인 작가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장면들을 속도감 있게 펼쳐내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달의 인력으로 아이들이 하늘로 떠오르는 미스터리한 현상 ‘에비에이션(Aviation)’,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되찾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희망, 절망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그럼, 리뷰 시작할게요.
항목 | 내용 |
---|---|
제목 | 달의 아이 |
작가 | 최윤석 |
출판사 | 포레스트북스 |
장르 | SF소설, 감성 드라마 |

<달의 아이> 줄거리
<달의 아이>는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인해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35년, 정아와 상혁은 네 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얻은 딸, 수진의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달을 보러 가자는 수진의 요청에 따라 가족은 한강으로 산책을 나선다.
그날 밤, 유난히 거대한 달이 떠올랐고, 북해에서나 볼 법한 오로라 현상이 나타난다. 바로 그 순간, 수진을 포함한 수많은 아이들이 하늘로 떠오르고 만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에비에이션(Aviation)’이라 명명했다. 이는 달의 인력이 강해지면서 일정 무게 이하의 존재들이 하늘로 떠오르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에피모’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각국 정부는 탐사선을 보내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신뿐이었다. 간혹 살아 돌아온 아이들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생명을 잃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는 ‘한울’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희망의 상징으로 여긴다.
한편, 과거 달의 팽창을 연구했지만 외면당했던 과학자 출신 총리 운택은 오랫동안 이 사태를 예측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솔라리스’라는 방어 시스템을 개발한다.
솔라리스는 집에 설치하면 달의 인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였지만, 값비싼 비용 탓에 부유층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반면, 가난한 이들은 철이불을 덮고 잠드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운택의 아들 해준은 그를 증오하며 과학 잡지 기자가 되어 이 현상의 진실을 파헤친다. 그는 운택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확신하며, 그의 계획을 저지하려 한다.
하지만 운택은 몰래 해준의 집에 솔라리스를 설치했고, 이를 알게 된 해준은 장치를 부숴버린다. 그 순간, 해준의 아들 윤재마저 하늘로 떠오르고 만다. 사랑하는 이를 또 한 번 잃은 해준은 결국 ‘에피모’에 합류해 아이들을 되찾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의 인력은 더욱 강해졌고, 이제는 더 무거운 존재들마저 하늘로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국제사회는 결국 핵무기를 이용해 달을 폭파하기로 결정한다.
아이들을 되찾아야 한다는 사람들은 강하게 반대했지만, 남아 있는 인류를 위해 작전은 강행된다.
“아빠, 아빠!”
수진이 상혁에게 다가가려 해도 더 이상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우주비행사가 유영하듯 공중제비를 돌며 점점 위로 올라갈 뿐이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수진은 소리쳤다.
“엄마, 엄마! 빨리 잡아줘, 엄마!”
정아는 다급히 딸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좀처럼 닿을 수 없었다. 들고 있던 핸드백까지 집어던졌지만 수진의 손끝 가까이까지 갔다가 다시 멀어질 뿐이었다.

사랑, 책임,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
“우리 윤재 찾을 수 있겠지?”
“당연하지. 이제라도 아빠 노릇 제대로 하려면.”
해준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남편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수애는 입을 열었다.
“예전에 윤재가 말했어. 자기도 나중에 크면 아빠처럼 기자 될 거라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러니까 아빠가 바빠도 그리고 집에 잘 안 들어와도 이해해주자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게 다 아빠가 짊어진 외로움의 값이니까.”
해준의 행동을 보면서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어요. 평생을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만 살아온 사람이, 정작 자신도 아들이 사라진 순간에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기대려 하다니.
아이를 잃은 절망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감정이었겠지만, 상황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어요. 그리고 그게 결국 자기 아버지가 했던 행동과 다를 게 없다는 걸 해준 자신은 알기나 했을까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어른도 결국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그 실수가 용납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행히 해준이 스스로 그 관계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기에, 아주 최소한의 선은 지켰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가족을 잃고 나서는 집에서는 오로지 슬픔과 죄책감만 마주해야 하지만, 낯선 누군가는 그런 짐을 지지 않은 채 가벼운 위로를 건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감정에 쉽게 이끌리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요즘 뉴스를 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불륜을 저지르고, 쉽게 무너지는 관계들을 보면서 왜 그런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결혼이란 게 결국 현실이고, 현실은 언제나 피곤하니까. 누군가는 연애의 설렘을 다시 느끼고 싶고, 누군가는 지친 삶에서 도피할 방법을 찾으려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외로움을 채우려 하는 거겠죠.
물론, 어떤 이유로든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에요. 하지만, 왜 사람들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 쓸쓸해졌어요.
사랑이란 게, 책임을 지지 않으면 너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거구나. 그렇게 느껴졌어요.
“이제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희생도 감수해야지요. 열세 명의 아이가 돌아온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러다가 6개월 안에 전 세계 80억 인구가 희생당할 수도 있어요. 당신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 다요.”
그렇게 말하자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커민스 교수는 다시 한번 힘을 줘서 말했다.
“어쩌면 이것이 인류의 마지막 찬스일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어른들의 삶이 안타깝고도 슬프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지만, 저는 그 희망보다 어른들의 쓸쓸함이 더 깊이 와닿더라고요.
해준을 유혹하고, 버려진 자녀로 돈을 벌어보려던 가짜 엄마. 그녀 또한 어쩌면 이런 재난 속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이었어요.
사랑보다 현실을 택하고, 한탕 돈을 벌어 원하는 삶을 살려는 사람. 그렇게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사랑을 흉내 내고, 누군가는 사랑을 믿었던 탓에 끝없이 무너져 가죠.
딸을 잃고 모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정아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결국 남편은 그 모습에 지쳐 떠나버려요. 하지만 정아는 남겨진 삶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모두가 현실과 타협하며 벙커로 피할 동안, 그녀는 오직 딸을 되찾을 방법을 찾아 나섰어요.
그렇다면, 만약 정아가 정말 딸을 데리고 돌아온다면? 남편은 여전히 그녀와 함께할 수 있을까요? 딸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해준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낯선 여자와 키스한 장면이 담긴 사진은 정말 영원히 묻힐 수 있을까요? 해준이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아왔듯, 그의 아이들도 언젠가는 그를 원망하게 되진 않을까요?
그가 사고로 생긴 아이 때문에 결혼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아버지가 되어버렸어요. 이 사실이 결국 그의 삶을 옭아매겠죠.
해준의 아버지 운택 또한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어요. 가정을 두고도 또 다른 아이를 가졌고,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세상적인 성공을 위해 자신을 괴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 그는 깨닫게 되죠. 아무리 높은 권력을 쥔다 해도, 진짜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요.
이 책은 어른들의 복잡한 삶을 마치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풀어냈어요. 무겁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요
✔ 감성적인 SF와 인간 드라마가 어우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한 편의 영화처럼 몰입감 있는 소설을 찾는 분
✔ 가족, 사랑,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
✔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서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분
✔ <스즈메의 문단속>, <승리호>, <인터스텔라> 같은 작품을 좋아했던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