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파랑 책 표지

[책 리뷰]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안녕하세요, 책 읽는 제제입니다. 😀

가끔 그런 날이 있어요.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날.
혹은, 과거의 상처에 머물러 여전히 그 순간을 곱씹고 있는 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지죠. ‘빨리 벗어나야 해, 빨리 나아가야 해.’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빠르게 달리지 못해도, 천천히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걸지도 몰라요.

오늘은 그런 위로를 전해주는 책, <천 개의 파랑>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도 우리만의 속도로 걸어갈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

항목 내용
제목 천 개의 파랑
작가 천선란
출판사 허블
장르 소설, SF

<천개의 파랑> 줄거리

인지와 학습 능력을 갖춘 기수 휴머노이드 ‘콜리’. 그는 경마에서 최고의 속도를 내기 위해 혹사당하는 경주마 ‘투데이’를 위해 일부러 낙마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 투데이는 연골 손상으로 경주마로서의 생을 끝마쳐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콜리 역시 경마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합니다.

그때, 로봇을 좋아하는 소녀 ‘연재’가 콜리를 데려가 직접 수리하며 함께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연재는 친구 지수와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지수를 밀어내며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지수는 연재에게 꾸준히 다가가며 관계를 이어가려 합니다.

한편, 경주마에 관심이 많은 ‘은혜’는 친구 복희, 서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안락사를 앞둔 투데이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그리고 결국, 투데이를 살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콜리와 함께 특별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요. 그 계획은 바로 ‘가장 느리게 달리는 말’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투데이는 다시 한번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콜리는 자신이 만들어진 이유를 넘어,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을까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콜리가 보경을 향해 조금 더 몸을 틀었다.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우리는 때때로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 혹은,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아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

그런 순간에는 조급해지기 마련이죠. ‘빨리 벗어나야 해, 빨리 나아가야 해.’ 하지만 콜리의 이 말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제시해 줍니다.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빠를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천천히,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늘 하루 감사했던 일 한 가지, 즐거웠던 순간 하나를 기록하며 ‘나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 어려운 순간이 찾아와도, 그때는 더 쉽게 극복할 수 있겠죠. 내가 이미 멈춘 시간을 흐르게 만들어 본 적이 있으니까. 그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동안 쌓인 기록이, 내가 걸어온 길이 그 증거가 되어줄 테니까요.

나만이 갈 수 있는 길, 나만의 속도로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저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당신의 주로가 있으니 그것만 보고 달려요.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요. 어차피 이 주로는 투데이만 달릴 수 있다. 관중석에서 보내는 야유는 중요하지 않다. 투데이가 신경 쓰지 않도록 귓가에 말하고, 또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저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굳이 들을 필요 없어요. 모든 것을 듣고 살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저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당신의 주로가 있으니 그것만 보고 달려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선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응원을 보내고, 어떤 이는 야유를 보냅니다. 때로는 그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내 걸음을 흔들리게 만들기도 하죠. 하지만 콜리는 말합니다. “모든 것을 듣고 살 필요 없어요.”

어차피 내 길을 대신 걸어줄 사람은 없어요. 나의 속도, 나의 방향,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나를 평가하든, 비웃든, 그것은 그들의 이야기일 뿐.

그들이 내 길을 대신 걸어줄 수 없다면, 내 선택 역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신경 쓰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면 되는 거예요.

작가는 콜리를 통해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 말은 작가 본인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투데이의 귓가에 계속해서 응원을 속삭이듯이, 우리에게도 같은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겠죠.

내 삶의 이유를 잊지 않는다는 것

더 빠르게 달리고 싶으신가요? 투데이는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로 대답한다. 지난번 낙마 때는 하반신만 망가졌지만 연재가 나를 다시 만들면서 유압모터를 달지 않아 충격을 흡수시킬 방법이 전혀 없으니 이번에는 핵심인 내장장치가 전부 망가질 거였다. 며칠 전부터 느껴졌던 내 몸의 결함은 이번 추락을 견디지 못할 것이며, 망가진 내장장치를 새로 고친다고 한들 지금의 나로는 되살아나지 못하리라. 하지만 내게는 두려움이 없고 미련이 없다. 오로지 말을 살려야 하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존재 자체의 이유만이 있을 뿐이다. 투데이의 심장이 뛴다. 다시는 달리지 못할 줄 알았던 말이 비로소 느끼는, 제2의 삶이 박동으로 전해진다. 더 빨리, 더 빠르게. 설령 무릎이 완전히 망가진다고 할지라도 투데이는 더 빠르게 뛰고 싶어 한다. 다시 달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 나는 그때 투데이에게서 떨어졌다. 두 번째 낙마였다.

“더 빨리, 더 빠르게.”

콜리는 두 번째 낙마를 선택합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되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망가질 걸 알면서도, 투데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집니다. 그가 느끼는 것은 두려움도, 미련도 아닙니다. 오직 존재의 이유, 기수로서 투데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만이 그의 선택을 이끕니다.

저는 이 장면을 몇번이고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요. 콜리는 이제야 자신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가족을 만났는데, 그들과 함께할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분명 연재 곁에 더 머물고 싶었을 텐데,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과연 우리의 삶의 이유를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내게 주어진 삶의 목적이 분명한데도, 나는 혹시 그걸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내려야 할 말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너무 오랫동안 세상을 붙잡고 아둥바둥하고 있는 건 아닐까? 때로는 내려야만 내 삶의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나는 그게 두려워서 애매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콜리는 선택했습니다. 망가질 걸 알면서도, 기수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그의 결단을 보며 나 역시 내 삶의 이유를 깊이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정말 가야 할 길은 어디인지,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때로는 내려놓아야만 더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는 걸, 우리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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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단어보다 더 깊은 마음

나의 최후다. 엉덩이부터 상체까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으나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맑은 하늘이 보였을 뿐이었다.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 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 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콜리는 세상을 바라보며 배운 단어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 단어들로조차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그리고 그것을 모두 담아낸 천 개의 파랑.

콜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려한 언어나 복잡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저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진실한 말을 건넸을 뿐이었죠. 그런데 오히려 그 솔직하고 따뜻한 말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단어를 알고, 더 유창하게 말할 수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말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을 바라보고, 감정을 헤아리고, 진심을 다하는 것. 어린아이들의 서툰 말 한마디가 어른들을 감동시키고, 때론 깊은 깨달음을 주는 것처럼요.

지식이 많다고 해서 더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을 다해 듣고, 공감하며, 진실한 언어로 다가갈 때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콜리가 마지막으로 바라본 눈부시게 파란 하늘처럼, 우리도 그런 맑은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말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빛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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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가르쳐준 인간다움

이 책을 추천받을 때마다 ‘SF 소설’이라는 이유로 미루고 있었던 나 자신을 혼내주고 싶어요. 단순한 SF가 아니라, 너무나 감동적이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으니까요.

특히 콜리가 마지막에 남긴 말들은 너무 뭉클해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사람들이 ‘기계’라고 무시하던 휴머노이드가 감정을 배우고, 말과 함께 미래를 꿈꾸며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은 오히려 인간인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누리면서도 감사하지 못하는지를 돌아보게 했어요.

연재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각자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보듬어 주지 못했죠. 그런데 사람이 아닌, 오히려 콜리와 투데이를 통해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위로를 얻어가는 과정이 참 따뜻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사람들은 점점 ‘나’ 중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것 같아요. 가족과의 대화도,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줄어들고, 그저 개인적인 시간이나 흥미 위주의 시간에 더 집중하게 되죠.

사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사람을 돌보는 일이 힘들고 지친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나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정말 올바른 삶일까요?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보여주신 삶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죠. 서로를 사랑하고, 주위를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는 것.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되었어요. 오늘 하루,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사람을 사랑하는 하루를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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