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는 제제입니다.
오늘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전쟁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그 상처가 얼마나 회복하기 어려운지를 쌍둥이 형제의 삶을 통해 강렬하게 보여주더라고요.
그럼, 시작할게요.
책 제목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작가 | 아고타 크리스토프 |
출판사 | 까치 |
장르 | 역사 소설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줄거리
1부: 비밀 노트 (The Notebook)
전쟁 속 국경 근처의 한 소도시, 쌍둥이 형제 루카스와 클라우스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됩니다. 그들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 도덕과 감정을 배제하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라는 시점에서 기록된 이들의 이야기에는 전쟁의 폭력성과 인간의 잔혹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두 형제가 함께 기록한 ‘커다란 노트’는 이들의 성장과 죄악을 담은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이들은 갈라서며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2부: 타인의 증거 (The Proof)
루카스는 할머니의 집에 남아 고립된 소도시에서 살아가며 전쟁 후의 무거운 사회 분위기를 마주합니다. 한편, 클라우스는 국경을 넘어 자유를 찾아 떠나며 둘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2부에서는 각 인물의 고유한 이야기가 드러나며, 등장인물들이 지닌 고통과 비극이 한데 얽힙니다.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이름이 단지 철자 순서만 다른 점은 이들이 정말 다른 존재인지, 혹은 하나의 인물의 다른 모습인지에 대한 혼란을 야기합니다.
3부: 50년간의 고독 (The Third Lie)
쌍둥이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재회하지만, 클라우스는 루카스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두 사람은 결국 다시 완전히 멀어지게 되고, 루카스는 자살을 선택합니다. 이후 클라우스도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3부는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며, 이전 두 권에서의 이야기와 상반된 모순적 진실을 암시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독자는 끝내 확신할 수 없으며, 작가는 인간 존재와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거짓일지도 모른다는 혼란에 빠지고, 인간 존재와 기억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전쟁이 앗아간 것들, 그리고 감정을 잃어가는 아이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난 너희를 사랑해…… 난 영원히 너희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난 너희만 사랑할 거야…… 영원히…… 너희는 내 인생의 전부야……”
반복하다 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는 고통도 줄어들었다.
쌍둥이 형제는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무디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이 주는 고통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서로를 바라보며 감정을 없애는 훈련을 했어요.
엄마의 따뜻한 말조차도 그들에게는 이제 고통이었죠.
따뜻한 기억을 떠올릴수록 현실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을 테니까요.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엄마의 사랑이, 가족의 애정이, 원래라면 아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야 하는 것들이
전쟁 속에서는 오히려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건 감정을 지우는 것이었어요.
사랑을 모르고, 감정을 모르고 크는 아이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요?
결국 전쟁은 단순히 무기와 폭탄으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사랑을 빼앗아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누구도 온전히 보상해 줄 수 없습니다.
단지 또 다른 희생자들이 계속해서 생겨날 뿐이죠.
그래서 전쟁이 무서운 거예요.
총과 폭탄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파괴해 버리니까요.

죽음은 끝이지만, 정말 ‘잘된 일’일까?
“마티아스에게는 잘 된 일이다. 그는 영원히 초등학교 일 학년생이고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입니다.
죄도, 고통도, 행복도.
한 사람이 죽는 순간, 그의 삶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거기서 멈추게 되죠.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었던 마티아스는 평생 차별과 괴롭힘 속에 살았습니다.
학교에서는 늘 폭력에 시달렸고, 엄마마저 그를 버리고 떠났죠.
아빠도 아닌 루카스와 살아가며 그가 경험한 세상은 따뜻함보다 차가운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삶은 끝이 났습니다.
루카스는 그의 죽음을 두고 “잘된 일”이라고 말했어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악몽도 꾸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죽음을 해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현실에서도 너무나 힘들고 고통받던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절망적이었으면 이 선택밖에 없다고 생각했을까.”
누군들 쉽게 자신의 생을 포기하고 싶겠어요.
그저, 이 길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느껴졌기 때문이겠죠.
크리스천으로서 자살은 결코 허락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알지만,
그들이 정말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정작 필요한 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슬픈 거겠죠.
마티아스는 이제 고통에서 벗어났을까요?
그의 죽음이 정말 “잘된 일”일까요?
아니면, 그저 또 하나의 안타까운 희생일까요?

전쟁이 남긴 상처, 그리고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마지막 부분인 제3부는 정말 깊이 있고 철학적인 여운을 남겼어요. 쌍둥이 형제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삶을 넘어 전쟁이 인간과 사회에 남긴 상처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 두 형제는 마치 하나처럼 완벽하게 연결된 존재였어요.
서로의 곁에서 모든 것을 나누고 함께하며, 빈틈없는 관계를 유지했죠.
하지만 전쟁이 그들의 삶을 서서히 무너뜨리기 시작합니다. 작은 균열이 생기더니 점점 커지고,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거죠.
완벽했던 쌍둥이 형제가 갈라지는 모습은 마치 전쟁으로 인해 금이 가고 무너져가는 사회를 떠올리게 했어요.
전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파괴만을 가져오지 않아요.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마음 깊은 곳까지 고독하게 만듭니다.
형제는 서로를 잃고 끝내 고독 속에서 무너지게 되는데, 이건 단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이 남긴 상처를 겪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책을 읽으면서 특히 마음 아팠던 건, 형제의 관계가 다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그들은 다시 만나지만 서로를 완전히 부정하며 끝내 완전히 멀어져요.
그리고 이들의 끝은 너무나도 고독하고 비극적이었죠.
이 모습은 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사회가 다시는 예전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현실을 떠올리게 했어요.
작가는 쌍둥이 형제의 삶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많은 것을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것을 회복하기엔 너무 늦은, 그런 비극 말이죠.
이 책의 제3부는 저에게 전쟁이 인간의 정체성과 관계를 얼마나 철저히 무너뜨리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또 그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지 보여줬죠.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가 단순히 개인의 비극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사회와 나라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을 덮고 나니 이런 질문이 남더라고요.
전쟁이 남긴 상처는 정말 치유될 수 있을까?
혹시 여러분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전쟁과 같은 큰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